‘그땐 좋았지’의 심리학적 배경
왜 예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까?
“요즘 애들은 말이야…”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이런 말,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거나 들어봤을 거예요.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골목길, 학창 시절의 친구들, 처음 들었던 음악.
마치 그때는 모든 게 더 따뜻하고, 단순하고, 행복했던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과연, 그 시절이 정말 더 나았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걸까요?
①: 회상 왜곡 — 기억은 감정의 편집자
인간의 기억은 녹화기능을 가진 카메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편집기능이 있는 영화감독에 더 가깝죠.
특히 감정이 개입된 기억일수록,
우리는 현실보다 조금 더 미화하거나 과장되게 저장하곤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회상 왜곡(reconstructive memory)이라고 부릅니다.
회상 왜곡은 우리가 기억을 불러올 때마다,
그 기억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생깁니다.
감정이나 현재의 시각이 개입되면, 기억은 원래와 다르게 ‘재편집’되죠.
특히 행복했던 순간은 더욱 반짝이게, 슬펐던 일은 덜 아프게 포장되기도 해요.
이건 우리의 마음이 과거의 상처를 덜어주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이기도 합니다.
②: 선택적 기억 — 현재의 불만이 과거를 빛나게 한다
재미있게도,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은
현재 상황에 따라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현재가 힘들수록, 우리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더 매달리고,
나쁜 기억은 의도적으로 덮어버리죠.
이러한 선택적 회상(selective recall)은,
특히 향수(nostalgia)와 깊이 연결돼 있어요.
향수는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무의식적 심리 장치로 작용합니다.
즉,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억함으로써
‘내 삶은 괜찮았어’라는 위안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죠.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기
우리가 과거를 좋게 기억하는 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답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미화된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현재를 부정할 때 생겨요.
‘그땐 그랬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지금만의 의미가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과거는 우리를 붙잡는 족쇄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연료가 될 수 있어요.
25.04.20.
Horus Haw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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