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의마저 거리다
- 가까움과 멀어짐 사이의 언어 -
뉴스 속 영상을 보았다.
누군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그 앞에 선 사람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돌린다.
그 짧은 몇 초가 하루 종일 감정을 뒤흔든다.
입가에 맺힌 말.
“거 참 예의가 없네...”
생각해본다.
예의란 대체 무엇인가.
그저 인사법인가, 정제된 말투인가, 아니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얇게 깔린 마지막 온기인가.
예의는 원래 거리를 두기 위한 도구였다.
가까워지기엔 아직 이르고, 멀어지기엔 어색한 사이에서
불필요한 상처를 막기 위한 포장지.
그래서 정작 가까운 이들과는 예의를 걷어낸다.
함부로 말을 놓고, 욕을 건네고, 등을 툭 치며 웃는다.
그 무례함이 오히려 신뢰라는 마음으로 번져간다.
그럴 때 우리는 웃으면서 말한다.
“쟤(저 ○)는 예의가 없어.”
오늘 스쳐간 장면은 정반대였다.
예의마저 거리를 두는 사람.
고개 숙인 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 뒷짐진 손.
그건 단지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대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조차 없다는 선언이었다.
예의 없는 사람보다 더 두려운 건,
예의조차 꺼리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을 인간으로 받아들이기를 망설인다.
무례함조차 감정이지만,
그조차 없는 냉담함 앞에서 우리 마음은 얼어붙는다.
‘예의마저 거리다.’
이 한마디에 두 세계가 공존한다.
하나는, 너무 가까워 예의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관계.
그리움보다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
욕설로 반가움을 전할 수 있는 사이.
예의가 무너진 게 아니라, 이미 충분히 넘어서버린 사이.
또 하나는, 너무 멀어 예의조차도 불필요한 관계.
정중함도 귀찮고, 인사마저 의무처럼 느껴지는 거리.
말 한 마디 섞고 싶지 않은 얼굴들.
그곳엔 사람보다 먼저 단절이 앉아 있다.
오늘 본 것은 후자였다.
겉으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나간 한 장면이지만,
거기엔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예의는 남을 위한 형식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을 외면하는 이의 뒷짐엔,
권위가 아니라 고립만이 남는다.
그에게는
"예의마저 사치다"
25.06.04.
Horus Haw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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